Originality vs. Persuasion

논증에서 근거 기준의 문제: 독창성과 설득력의 긴장을 중심으로
[서평] 이정옥, ⟪독자 중심의 글쓰기⟫, 서울: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0.

이 책은 글을 설계하는 데 있어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목수의 관점에서 절차를 강조하며, 개요와 논증의 요소를 구축하고 작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논증의 요소로 주장·이유·근거를 소개하며, 근거는 주장과 이유를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도구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근거의 기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논증에서 독창성과 설득력이 서로 긴장 관계에 놓인다는 점을 논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논증의 구성 요소로 주장·이유·근거를 제시하며, 이유는 주장을 지지해 주는 한 단계 아래의 세부 주장이며, 근거는 사실이나 사실임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라고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과 이유만 있다면, 순환론적 오류가 발생한다고 조명한다. 그러나 적절한 근거를 탐색하거나 찾은 근거가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저자에 따르면 핵심 주장은 세부 주장으로 구성되며, 세부 주장 역시 이유와 근거로 구성되어 요소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논증은 결국 근거에 도달하게 되고, 그 근거는 다른 요소들을 납득시키는 도구로 쓰일 것이다. 이제, 독자가 근거를 납득하는 기준은 어떻게 규정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수학과 같은 형식 과학에서는 증명의 기준이 공리 체계 안에서 명확히 규정된다. 반면 글과 같이 자연어로 이루어진 논증은 그 기준이 본질적으로 불명확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독자가 근거가 적합한지 판단하는 기준은 형식 과학에서는 보편적이지만, 글쓰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글쓰기에서 필자는 근거의 적절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독자가 이미 수용하는 사실에 집중할 것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도 그 사실에 가까울수록 강해진다. 반면 대체로 독창적인 주장은 기존에 수용된 것에서 벗어난 주장이다. 즉, 주장이 독창적일수록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희소해지고, 희소한 근거로는 독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설득력을 확보하려면 독창성을 낮춰야하고, 독창성을 높이면 설득하기 어렵다. 곧, 논증에서 독창성과 설득력은 긴장 관계에 놓인다.

⟪독자 중심의 글쓰기⟫는 글을 설계하고 작성할 때 독자의 관점을 강조하며, 논증의 구조와 사용 방법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기에 글쓰기 능력을 증진하기에 적합하다. 다만 근거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글쓰기에서 근거 기준이 본질적으로 불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창적인 주장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은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근거 기준의 문제를 함께 다뤘다면, 독자가 논증에서 근거의 역할을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이정옥, ⟪독자 중심의 글쓰기⟫, 서울: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2010.
“형식 과학”,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1999, https://stdict.korean.go.kr/, 2026. 3. 23.